내가 머무는 막사 옆에는 2평 남짓의 작은 도서관이 있다.
매미가 우는 날에는 서늘하고 칼바람이 부는 날에는 얼어붙는 곳
북방의 친구가 들이닥치는 때나 달팽이들이 몸을 넉넉히 적시는 때가 오면 코가 먼저 아는 곳
여름 장마 때 이곳에서 책을 읽고있자면 은밀하고도 자연적으로 규칙적인 소리가 귀를 울린다.
똑-딱
똑-딱
지붕에서 천장으로 물이 떨어지고 천장이 그 물을 다시 머금고 내뱉는 소리
하늘이 우는 날이면
우리의 하찮은 석고판은
그것이 그런 만큼 조금씩
그러나 그대로 계속해서 울어주었다.
누구를 위해 우는지는 나도 모르겠다.
그러나 얼마나 울었을까.
천장을 가득채운 석고판에는 멍이 들었다.
곰팡내 풍기는 멍이 들고야 말았다.
하지만 그곳엔 달래주는 이 없다.
계속해서
계속해서 울다가 마침내
철퍼덕
그런 소리가 났을 것이다.
어느 여름날이었을 것이다.
그 이후, 어느 비오는 날 그곳을 다시 찾아간 나는
어떤 이의 추락함을 보았다.
정확히는 이미 추레하고 무질서하게 널브러진 석고판을 보았다.
그리고 지겹지도 않은지
똑-딱
똑-딱
계속해서 그 위로 떨어지는 눈물들
눈물을 내뱉는 천장엔 생기없는 구멍만이 있었다.
내가 당시에 그 광경을 바라보는 시간은 단 3초도 안 됐을 것이다. 그것들은 나의 관심을 끌지 못했다.
나도 생기없는 눈으로 잠시 쳐다봤을 뿐이다.
그리고 어제였다.
나는 다시 그곳을 찾았다.
바닥에 단단하게 굳어있는 덩어리가 있다.
그 위로 더 이상 물은 떨어지지 않는다.
그곳에서 악취가 보인다.
그것은 결코 만질 수 없다.
악취가 나는 만큼, 자격이 없는 사람이라면 결코 만질 수 없다!
나는 그렇게 이겨낸 것을 여기서 보게 될 줄은 몰랐다.
그리고 내가 여기에서 처음으로 찾은 이겨낸 것이 사람이 아닐 줄은 몰랐다.
그곳엔 어떤 석고판이 있었다.
이제는 더 이상 그를 석고판이라고 부를 수 없게 되었다.
무례하게 그렇게 불러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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