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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능한 한 아름답게 갈라지도록

RIY 2022. 5. 11. 20:13

As planned...
- 영화에서나 할 수 있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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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계획하는 모든 것들이 그 계획대로 움직이도록 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계획은 언제나 깨지고 비틀리고 갈라지기에 쉬운 위험에 처해있다는 사실이 너무 흥미롭다
잘 가꾸어진 그것만이 끝까지 흔들리지 않고 서 있을 수 있음을 우리는 경험적으로 알지 않는가?
그렇다면 깨지지 않는 계획만이 잘 짜여진 계획인 것인가!

만약에... 만약에 말이다, 계획이나 준비란 것이 사실은
필연적으로 금이 갈 수 밖에 없는 것이라면?
계획이란 것은 투명하고 아름다운 미끄러운 유리이며
그 계획이 무너지지 않았다는 것은 그 유리가 아주 아름답고 눈부시게 쩌적 갈라졌음을 의미 한다면?
그렇기 때문에 그 유리, 즉 계획이 아름답게, 즉 성공적으로 보이는 이유는 그 갈라진 틈새로 들어온
백색광의 굴절이 우리 눈을 간지럽혀서 그런 것이 아닐까?

이렇게 생각함에, 계획을 하고 준비를 할 때
그것이 무너지지 않도록 - 완벽하게
그니까 이상적이게 준비하려고 하거나
모든 계획이 이상적이게 흘러갈 것이라 기대하는 것은
그 말이 본질적으로 가지는 특성으로 인해
가능하지 않다

차라리 계획, 준비, 대비 같은 것들은
필연적으로 깨지고 비틀리고 갈라지는 그것이
내가 할 수 있는 한,
그것이 정말로 아름다운 흉터를 가지도록 도와주고
그로써 찬란한 빛을 엮어 낼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역방향의 예술행위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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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의 계획이든지, 일주일 계획이든지, 어떤 사소한 일의 계획이든지 그 계획이 비틀리는 것은 가슴아픈 일입니다.
저도 일을 하거나 약속을 만들거나 하면 꼭 하나 둘 씩 엇나가서 우리가 원하는 대로 흘러가지 않는 경험이 많습니다. 꼭 그렇지 않던가요? 저도 그런 일상을 보내던 중 TV에서 이런 담화를 들은 적이 있습니다.
"이상없이 준비를 끝냈습니다!"
"이상 생길 거야. 침착하게 잘 처리하기만 하자..."
다른 분들은 어떠실 지 잘 모르겠지만 제가 전혀 해보지 못한 생각이었고 어떤 돌발 상황이나 문제를 바라보는 새로운 시각이었기 때문에 저에게 적잖은 인상을 남기기 충분했습니다. 그 이후로 이따금 이 짧은 대화를 곱씹으며 계획을 짤 때 활용하곤 했습니다. 예전의 계획은 탑 쌓기에 비유한다면 이 새로운 것은 가지치기나 방사형의 모형을 만드는 일 정도에 비유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지금까지 써온 후기를 남기자면...나름 쓸만한 것 같습니다. 당신은 어떤 계획을 만드시나요?